短刀行

 

감독 : 국강량, 보등진

주연 : 장위건, 임소루, 유옥정


 

오랜만에 날밤 새면서 볼 수 있는 무협시리즈가 나왔다. 비디오 보면서 날을 지샌다는게 참 오래전 일이다. 내가 늙기도(?) 했지만 그만큼 흡인력있는 무협시리즈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걸 실감하게 한 것도 단도행이다. 다음날 기진맥진해서 생활이 엉망이 되었걸랑. 예전에는 며칠씩 밤세우고 공부를...아니 비됴를 봐도 끄덕 없었는데...

처음부터 확실한 뭔가를 보여주려 했던 단도행시리즈는 "12세이상 시청가"라고 써 있는 표지가 무색하게...좀 야시꾸리한  장면이 꽤나 나온다.  언뜻언뜻...히히...좋아라...이게 웬 떡이냐...
같이 보던 우리 얼라는 텔레비젼 앞을  떠날 줄을 모르고 군침 흘리면서 본다. 뭘 안다는듯이 시종 묘한 웃음도 지으면서..교육상 보여줘야 하는건지..

단도행은 대만에서 출시된 작품으로 이른바 "刀" 시리즈의 하나이다. 초은준이 나오는 시리즈가 있고(요 것도 출시되었다), 공자은이 나오는 시리즈도 있다.  다른 건 안봐서 아직 모르겠지만 단도행만큼은 꼭 봐도 된다. 돈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니 가격인하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줄서서 보도록...

 

한석규가 영화에 출연할때는 마구잡이로 하지 않고 까다롭게 고른다고 한다. 그래서 그 인물에 흥행메이커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장위건도 그에 못지 않게 작품을 고르는 눈이 있는것 같다.  최근 홍콩배우들이  중국본토나  대만으로 진출을 많이 시도하고 있는데...그 중에서도 대만에 진출한 배우들은 왜 그런 작품에 출연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실패한 케이스가 꽤 있다. 오히려 돈벌이에 나선듯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우리 지림이가 "백발마녀전"에 출연한 것도 이 케이스인거 같다..-_-;

숏다리 장위건(그는 늘 계단위에 서서 이야기한다. 여자들이랑은 절대로 한줄에 안선다. 안 그래도 되는데..짧아도 멋있기만 한데...)은 그의 매력을 발산할 작품으로 단도행을 정말 잘 고른 것 같다. 서유기에서 보여준 그 특유의 연기 패턴을 단도행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는데..정말 연기력이 끝내준다고 본다.  그리고 장위건을 제외한 대만의 일급배우들의 명연기도 더불어 볼 수 있다. 정의문의 장문인이면서 스파이인 남자는 신의천도룡기에서 은소소의 오빠였고, 심옥문의 장난끼 넘치는 둘째의형제는 바로 신용문객잔에서 요리사였다. 착하다고 엄청 칭찬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표협에서 여주인공이었던 유옥정도 볼 수가 있다. 이만하면 호화롭지... .별로 따진다면 다섯개를 수여할 수 있을 정도로 최상의 작품이다. 물론 무협적인 재미도 만만치 않다.

 

 

예쁜 여자를 밝히는 무림맹주 심옥문이  청의루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단도행은 시작된다. 처음부터 긴박감이 넘치는 무술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줄 알았던 (왜? 그가 장위건이니까...주인공이 첨부터 죽으면 안돼잖여~) 심옥문은 일찌감치 밥숫가락을 놓는 역이고...여자 밝히는 놈치고 주인공되는 것 못봤다...그랑 쌍동이 뺨치게 닮은 주방장 맹소화가 다음에 기다리고 있었다.
맹소화는 누구인가? 그는 당연히 요리사이다.  일급요리집의 앞날이 보장된 일급요리사다.  그런 설정은 그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는걸 의미한다. 그럼 왜 요리사로 설정했을까? 그게 아마도 무림인이나 요리사나 둘 다 칼로 밥먹고 사는 직업이기 때문이겠지?

어쨌거나 맹소화라는 평범한 사람은 여차저차해서 무림천하로 빠져 들어 가게 되었다..  그가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무림세계에는 생각지도 않은 변화가 생기게 된다. 이 변화들은 보통사람이 본 무림세계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한마디로 무림의 치부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무림인은 자신이 속한 무림을 너무 가까이서 보기 대문에 객관적으로 볼 처지가 안된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무림인을 우리는 기인이라고 부른다...그치???  너무 무협물을 가까이 하다보면 이 객관성을 잃고서 마치 나도 무림인인것처럼 이성을 잃는다.   여기저기 피가 솟구쳐도 별로 잔인하다는것을 못 느낀다. 스타크래프트의 피정도는 피도 아니다. 그런 맹점을 맹소화라는 인물을 통해서 보는 것이 단도행의 특징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무협이라는 것을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협"이라는 것의 본래 의미가 무공을 얼마큼 잘하느냐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얘긴데...   말하자면 먼저 인간이 되라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맹소화가 아닌 진짜 무림맹주 심옥문은  인간이 덜 되었다는 것 일까? 그렇다. 그가 정의롭고 천하제일의 무공을 지닌 대협이라고 해도 ,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무림인들일 뿐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살인을 밥 먹듯하고 숱한 여자들과 놀아나는 막가는 인생일 뿐이다.  평범한 인생 맹소화는 심옥문이 가졌던 것을 하나도 가지지 못한 사람이지만 거꾸로 그가 가지지 못한 많은 것을 지닌 사람이다.  거기에서 부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좀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고 좀 더 애착을 느끼게 한다. 왜냐면 맹소화는 바로 우리의 모습이니까...

 

심옥문의 숨겨진 여자들이 하나, 둘 나타나면서 가짜 심옥문 맹소화는 진짜에 대한 실망을 하기 시작한다. 허상에 대한 실상을 보게 되면 다들 그러니까...하지만 순간적으로 그는 진짜 심옥문이 되길 원한다. 이 장면에서 얼마나 안타까운지...착한 사람하나 버려 놓는 느낌이 들었다.    녹정기를 방불케하는 심옥문의 오빠부대들은 결국에 가서 가짜 심옥문인 맹소화를 따르게 된다...우째 이런일이...눈을 감고 생각해 보라...닮았다고 맹소화가 심옥문인지...말도 안돼, 안돼, 안돼.......아니~ 돼..

무협물은 역대로 역사화, 영웅화, 그리고 신비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지만 "금병매"라는 애정무협(?)이 등장하면서 무협물의 폭은 더욱 확대되었고  지금에 와서는 이 같은 여러 여자를 굴비두루미 엮는 현상은  너무 일반적인 현상이 되어 버렸다. 너무 잘난 남자주인공 탓인지...무지몽매한 여자들 탓인지는 변소에 앉아서도 생각해 볼 일이다.

 

가짜 심옥문 맹소화의 열성팬인 무림인들은 그를 위해 별거별거를 다 창출해 낸다. 요리사인 직업을 잘 활용해 거기에 맞게 창출해 낸  "식칼도법"은 보는 사람의 입에서 저절로 감탄이 흘러 나온다. 그 식칼도법을 만들어낸 겁장이 도사는 맹소화를 위해 칼도 특수제작한다. 만들때는 어째 엉성하고 후진 칼이 완성이 된 이후에 보니 독일산 헹켈이 되어버렸다.  헹켈의 위력은 어떨까???
청의문 대장의  팔이 뼈다구만 남는거 봤죠?...하지만 그렇게 뼈만 발라내면 감자탕은 못 끓인다구.. 영화 용문객잔에서는  요리사가 다리를 그렇게 만들어 놓더니...

단도행을 보고 나니 한편으로는 뿌듯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무시당하던 장르였던 무협도 이만큼 재미있다는 걸 다른 영화세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으니 좋기도 하고(그 인간들이 봐야 말이쥐..)..무협시리즈조차도  무협이라는 것 한가지만 가지고는 장사가 안되는 건지 아니면 더 이상의 소재가 없는 건지, 애정문제에 있어서는 초류향 일색으로 변하는 스토리가 아쉽기도 하다. 여자를 뭘로 보는거야~!   아버지와도(지금도  무협을 보시는지...)   이웃집 담배가게 총각과도  우아하게 토론할 수 있는 그런 무협시리즈가 그립다.  무협시리즈의 원초적 본능은 이제 어느 시리즈에서 찾아야 하는걸까.  

 

금옥만당의 재미와 일급코메디를 즐길 수 있는 단도행을 내가 어떻게 감히 말로 이러쿵 저러쿵해서 그 재미를 알릴 수 있을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단 보고나서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나에게 돌 던지지 말 것!

 

KOOL.

히~이번에 짧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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