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불패

The Swordsman

등장인물 소개 & feeling The Swordsman

이번 소오강호는 충격적이었다.

그 간의 소오강호 이미지를 한번에 무너뜨리는 작품으로 한마디로 이런걸 N-세대 무협시리즈라고 할 수 있을까..^^; 김용 소설의 원작을 교묘히 바꾸면서도 그 내용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새로운 느낌으로 잘 정비되었다. 특히 주인공 영호충과 임영영의 집중을 벗어나서조연급 들을 재 조명하여 특히 빛날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이제 무협시리즈는 홍콩TVB를 벗어나서 대만으로 그 명성이 바뀌게 되는 건 아닌지...

어떤 시리즈를 막론하고 주인공들이 가장 기억에 남게 마련이다. 그러나 임현제의 소오강호는 그 부분이 달라져 있다. 특히나 임아행을 이입군이라는 거대한 연극배우를 기용함으로 해서 잔잔한 호수를 바다로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임아행..아니 이입군은 그 절대적 카리스마로 내 마음을 사로 잡는다. 신용문객잔에서의 위충현 그리고 임아행까지 그는 연기자가 아니라 바로 그 인물들이었다. 이입군의 선명한 연기, 그 자연스러움 혼을 빼앗는 목소리까지..역시 내가 주윤발과 더불어 최고로 꼽는 연기파 배우다.

그리고 곡양...곡양은 본래 극 중에서는 일찍 가셔야(?) 하는 인물이었지만 그가 강대위였으므로 더 오래 살꺼라는 내 추측은 들어 맞았다. 강대위가 곡양을 하는데는 여러 이유가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강대위는 신비한 인물을 주로 연기한다. 강직한 성격을 연기한다.... 웃음이 없는 인물을 연기한다.... 그런 심각을 떠는 연기가 주특기인 그가 진심으로 웃을 때는 내 마음도 허물어진다. 초반부를 곡양이 장식함으로 해서 소오강호는 눈을 땔 수 없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곡양의 초반 러시에 물을 끼얹은 자가 있었으니 바로 임영영이다.

임영영은 성품이 마교와 전혀 상관없는 걸로 자주 묘사된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소오강호에서도 그녀가 기억에 남기란 참 힘들다. 그저 영호충의 마지막 연인이라는 것 밖 에는... 특히나 여송현의 소오강호에서는 임영영이 단 한 장면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녀가 양패령이었었지, 아마???.할 정도로. 이번 소오강호의 또 다른 변신이라면 임영영의 성격적 변환일 것이다. 곡양이 키울 때는 천진 난만하던 그녀가 갑자기 변화할 때는 당황스럽기 그지 없다. 잔인하고 거친 임영영이 나타나므로 해서 소오강호의 새로운 전환이 예고되고 있었다. 눈에 가득 살기가 퍼져 나오는 영영...상상이나 해 본적이 있었나? 임아행의 딸답게 표현된다.

그러나 사람이 살다보면 무디어 지는걸까. 임영영은 회를 거듭할수록 그 긴박한 성격이 없어지고 연한 껍데기만 남았다. 그게 굉장히 아쉽다. 임영영이 계속 거친 성격으로 나왔더라면 소오강호는 훨씬 더 세련되고 기억에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원영의가 영영이었던 만큼 기대 이상의 영영이었다. 근데 영영의 귀를 자세히 본적이 있잇나요? 그거 고무귀더라. 원영의의 귀가 못생겼었나? 하고 딴 사람도 보니...하하하하........이놈 저놈 웬만하면 다 고무귀를 달고 있잖아.. 갑자기 환경의 감시자 위제트가 생각난다.

여송현의 영호충에 비하면 엄청나게 세련되진 여자들로 에워싸인 복도 많은 임현제는 그 튀지 않는 모습이 소오강호를 좀 더 보편적이고 리얼한 무협물로 만드는데 기여를 했다. 무협이라는 것이 원래 주인공 하나만으로 만들어지는 장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는 하지만 그래도 주인공이니만큼 처음엔 매력이 없는 평범한 영호충을 아쉬워 했다. 그러나 그의 잔잔한 모습으로 다른 많은 조연들이 빛날 수 있었고 때에 따라서는 가련한 모습으로 비친 그에게 한 표 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불쌍해 보이는 영호충, 노닥거리는 연기가 잘 어울리는 영호충(이 노닥장면은 여송현도 잘 어울렸다. 그러므로 임현제를 씹는게 절대로 아니다.)은 과거 어떤 영호충보다도 더 소사매 악영산에게 목숨 걸고 좋아하고, 더 착하고 우유부단한 영호충이었다. 그가 아무리 영영에게 사랑한다 말해도 믿음이 가질 않았으니까.... 어떤 영호충이었던 간에 임현제는 연기자로서 이미지 쇄신을 하는데 성공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가수로서의 그의 목소리에 반하기는 했지만, 신조협려에서의 그 충격을 잊을 수가 없었는데 이제 그 신조협려가 다시 보고 싶어진다. 임현제 코밑의 그 점만 빼고서....

소오강호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전백광은 갑자기 살찐 손흥으로 대치되었다. 흥아...왜 그렇게 뚱뚱해졌는데? 대만배우들은 왜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거야??? 손흥의 전백광 역시 소오강호의 중요한 핵심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강간을 일삼다가 영호충과는 호형호제하던 사이로만 묘사되고 끝내는 의림의 아버지에게 거시기(?)가 거시기되던 인물에 불과하던 전백광은 임현제 영호충의 부족한 부분을 시시때때로 메꾸어 주었다.

아니 부족한 부분을 메꾸었다기 보다는 영호충의 비중을 전백광에게 돌렸다고 봐야 옳겠다. 영호충과 전백광의 잦은 입씨름 그리고 몸싸움은 남자들간의 친구란 저렇게도 노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전백광의 헤벌쭉한 표정이 일품이었다. 그리고 얼굴에 멍들었을 때의 리얼한 분장은...분장이 아니라 정소동 감독에게 맞은게 틀림없어....

조연이라는 인물들은 전혀 조연이 아닌 것 같다. 그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이 조연이 아닌 주연급 들이기 때문이다. 향문천의 서소강 역시 강한 무협적인 인물이다. 무협보다는 "무사"에 어울리는 그는...이건 검소강호의 영향이 크다. 그 이미지가 영 떠나지 않는다....소오강호 전체를 봐도 최고의 인물로 감히 꼽는다.

남자로서(도데체 남자란 어떤 성격을 가져야 하는 걸까? 남자로서...이 말은 어떤 뜻일까? 특히나 무협물에서의 남자다워야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필요한 성품은 골고루 갖춘데다가 자신이 택한 영웅은 끝까지 배신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전철을 밟지 않는 그를 볼 때 진정한 남자라고 생각되어지지는 않는가? 향문천이 만일 일월신교에 있지 않고 정파라고 불리고 싶어하는 곳에 속해 있었더라면 그는 충분히 무림맹주감이다. 라스트씬에서 그가 일월신교의 교주가 앉던 자리를 파괴하고 돌아서는 모습은 뭔가 교훈을 준다..교훈...좋은 말이야~~~~

일월신교...수많은 무협지에서 등장하는 마교의 대명사이다. 신비에 쌓여 있는 방파. 종교집단도 아닌 것이 이익집단도 아닌 것이 허구 헌날 무협시리즈에서 깨지고 산다. 훗날 임영영이 아니라..향문천이 교주였다면 그리고 동방불패가 계속해서 교주였더라면 일월신교의 역사도 바뀌었을 지 모른다. 동방불패.. 생각보다 센 인물이 아니었다.

어떤 일을 하던 모름지기 마음이 독해야 하는데...동방불패는 규화보전을 익힌 후 마음 마저도 여성화(역시..이 건 또 뭐야...여성의 성향은 뭔데?)되어 대사를 그르치고 만다. 교주가 된 후 그 실질적 지위에 염증을 느끼고 보통 여자가 되고 싶어했던 동방불패..이번 소오강호의 또 하나의 비극적인 인물이었지만 그녀는 아니 그는 진실한 사랑을 얻고 그 것을 확신하고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소오강호에서는 동방불패 뿐만 아니라 규화보전을 익히기 위해, 벽사검법(삐시에지엔빠)을 익히기 위해, 여러 남자가 거세를 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다. 여송현의 소오강호에서 보여준 그 변화 과정이 다소 코믹했다면(악불군과 임평지는 여성화 되는 과정에서 여성적 취향을 happy해 한다. 화장품을 탐닉하고...꽃 분홍같은 이른바 여자 색깔을 즐긴다. 헉! 요즘 시대의 남자들, 혹시 다 규화보전을 익히기 위해서???) 임현제의 소오강호에서의 변화과정은 신체적 변화로 인한 악불군의 고통을 보여준다. 가짜 수염이 떼어지던 순간 악불군은 어디로 가고 임동진이 거기 서 있더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소오강호에는 얼굴이 참 낯익은 배우들이 많다. 악불군-->임동진, 임평지-->이경영 (이게 하이라이트다. 똑 같다.), 좌냉선-->초은준 (눈이 참 많이 닮았다. 그러고 보니 좌냉선은 표협에서 "신력"이구나. 어쩐지 잘 생겼더라....), 소사매-->이영애 (...라고 말했다가 온 가족에게 초죽음 당했다..ㅠㅠ. 성** 닮았다고 주장하는데 그게 누군지 몰라서 이름도 기억 안난다.)

이경영 왔다로 생긴 임평지는 그다지 눈에 띠는 인물은 아니었다. 하보생이 더 괞찮다고 생각하고 있있는데..임평지의 본래 성격...귀공자로 커서 연한 성격이며 착한 마음을 가진 듯한...을 나름대로 잘 표현했다. 우는 연기를 참 기차게 한다. 보는 사람도 슬프게. 거기에 허스키하면서 톤이 없는 목소리가 그의 암울한 분위기를 더 살게 한다. . 악영산을 자살하게 만든 후(본래는 그가 악영산을 죽이는건데...악영산의 인생이 불쌍해서 자살로 마감했나 보다.남편한테 죽임을 당하는거 너무 잔인하잖아.)그녀를 못잊어..못잊어 하다가 소사매랑 둘이 나비가 되었다나~ 어쨌다나..~

괜히 이영애 같다구 했다가 왕따 당한 피비린내 나는 기억을 준 여자 악영산은 이렇게 본래가 조연감이다. 절대쌍교99에서는 주제에 안맞게 철심란으로 나와서 주연을 한답시고 설쳐대니 미웠고 이번 악영산이야말로 그녀에게 딱 맞는 배역이다. 악영산은 영호충을 좋아했지만 임평지가 나타나므로 해서 인생이 바뀐 여자다.

여자팔자 뒤웅박이라더니 악영산이 꼭 그렇다. 영호충을 그냥 계속 좋아했더라면 최소한 슬프게 생을 마감하지는 않았을텐데. 그 녀가 죽은 후...임평지는 무덤가에서 장님인 채로 서럽게 운다. 그때 들려오던 소사매의 목소리..."...샤오린즈......." 그 목소리가 너무 슬프고 애닯고 눈물을 뚝뚝 흘리게 만든다. 지금 이순간에도 눈물이 나오려구 해..흑흑...귀신이었겠지? 아닌가? 환청이라구 하는 건가?

그러나 어디서거나 악영산을 좋아하는 영호충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소오강호에 나오는 인물 다 한번씩 들춰 내다가는 날밤 새도 부족하다. 그냥 여기까지만 합시다...

악영산과 임평지 때문에 마음이 심란한 KOOL